농협 농기계은행, 무인 AI 트랙터로 스마트 농작업 대행 시연
618개 조합 농작업 대행 현황·필지별 토양 데이터 한 화면에 조합원 “지원사업 확대돼야 참여 의사 생길 것”
AI브리핑
농협중앙회는 28일 경기 화성시 정남농협에서 일손 부족과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기계은행 스마트 농작업 대행 플랫폼과 무인 AI 자율주행 트랙터 등을 시연했다. 플랫폼은 전국 농작업 대행 현황과 필지별 토양·작업 데이터를 제공하며, 농가와 국회의원은 첨단 농기계 도입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벼농사 기계화율은 99.7%(농촌진흥청, 2025년 기준)에 이르렀지만, 농촌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없어 농사를 못 짓겠다”는 말이 나온다. 농가는 고령화되고 일손 부족은 만성화됐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농기계 구입비도 농가의 부담을 키운다. 기계가 사람 손을 대신하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기계를 다룰 사람마저 줄어든 것이다. 농협이 내놓은 해법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스마트 농작업 대행’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8일 경기 화성시 정남농협 유통센터 일원에서 ‘농기계은행 스마트 농작업 시연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송옥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화성시갑)을 비롯해 화성시 관계자와 관내 조합장들이 참석했으며, 정남농협 임직원과 조합원 200여 명이 함께했다.
강호동 회장은 “사람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짓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시대 변화에 적응하고자 스마트 농작업 시연회를 통해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드리려고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강 회장은 이어 “농업인이 좀 더 편하게 농사를 지어 농업소득 3000만 원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농협은 일손 부족에 대응해 정부와 함께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사업과 12만 임직원 등 내부 조직을 동원해 연간 약 260만 명의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강 회장은 덧붙였다.
전국 대행 현황부터 필지별 토양 데이터까지 한 화면에
이날 농협경제지주 농기자재부 정태연 부장은 농협이 국가 농업AX플랫폼 사업과 함께 개발 중인 ‘농기계은행 스마트 농작업 대행 플랫폼’의 구축 현황을 보고했다. 국가 농업AX플랫폼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7월 대동을 대표법인으로 한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한 사업이다.
플랫폼에는 전국 농작업 대행 현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정 부장에 따르면 현재 618개 농협이 농기계은행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농협이 직접 농작업 대행을 지원하는 곳은 2026년 기준 270곳이다. 나머지 348곳에서는 농업인 7만 1000여 명이 14만 8000ha의 농작업 대행을 맡고 있다. 지역별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116곳으로 가장 많고 충남 99곳, 경기 85곳 순이다.
조합 단위로 들어가면 운영 현황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시연에서 소개된 전남 영암 군서농협은 조합원 1307명, 관내 경지면적 3672ha 규모다. 경운·정지와 이앙, 수확 등을 합친 누적 작업 면적은 7854ha에 이른다. 콩·유채 이모작도 60ha 규모로 운영해 농작업 대행 사업으로 자체 수익을 내는 선도 농협으로 꼽혔다. 정 부장은 “화면을 통해 농기계 위치와 보유 현황, 고장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작업 일정을 날씨와 연동해 자동으로 짤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은 필지 단위의 작업 상황과 데이터도 보여준다. 이날 시연 필지에서는 사람이 타지 않은 AI 자율주행 트랙터(대동 HX1400 AI)가 경운·정지 작업을 하는 모습이 화면에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트랙터의 작업 진행률(67%)과 주행 속도(시속 6.6㎞), 남은 연료(40%)도 함께 나타났다. 토양 스캐너로 분석한 산도·유기물·인산·칼륨 등 10가지 토양 진단 데이터도 플랫폼에서 볼 수 있다. 경운·정지부터 이앙·파종, 생육 진단, 수확량 예측까지 농작업 전 주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업 계획을 세우는 구조다. 정 부장은 “농기계은행 농작업 대행 플랫폼은 전국 현황에서 농협, 그리고 필지 하나하나의 정밀농업 데이터까지 연결한다”고 말했다.
AI 트랙터·드론·콤바인이 누빈 시연장
보고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시연 필지로 자리를 옮겼다. 트랙터 부문에서는 대동 GX7510·HX1400 AI와 LS엠트론 MT9·MT7 등이 작업기를 단 채 시연에 나섰다. 대동의 HX1400 AI는 사람이 타지 않은 상태로 경운·정지 작업을 했다. 콤바인은 대동 DH6135와 TYM CX6130이 벼 수확 작업을 선보였으며, 방제 작업은 에이에프아이의 드론과 아세아텍의 붐스프레이어가 맡았다.
콤바인 2대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출발해 벼를 베어 나갔다. 강호동 회장과 송옥주 의원도 직접 콤바인에 올라 수확 작업을 체험했다.
참관객의 관심은 대동의 완전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에 가장 많이 쏠렸다. 운전석이 빈 트랙터가 필지 외곽을 따라 경로를 잡고 경운 작업을 하자 참관객들은 걸음을 멈추고 지켜봤다.
조합원 “적극적으로 도입 검토하는 분위기”…남은 과제는 비용
시연을 지켜본 농가에서는 도입 의지가 커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남농협 이영수 조합원은 “농기계은행에 자율주행 농기계를 도입하는 것을 그동안 단순히 검토하는 수준이었다면, 시연회를 본 뒤로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더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남농협 조합원의 평균 연령은 70대다. 이 조합원은 “직접 보고 나서 이런 신기술도 있구나, 적용하면 인력난에 도움이 되고 효율도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토양 분석 기능도 장점으로 꼽혔다. 이 조합원은 조합에 드론 방제 등은 이미 많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율주행 트랙터로 토양 분석까지 할 수 있으면 농가가 농업기술센터를 직접 찾아가 분석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비용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이 조합원은 “비용 걱정이 많고 아직 그런 부분은 미흡하다”며 “행정기관이나 농협중앙회를 통해 지원사업이 확대돼야 농가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참여할 의사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옥주 의원도 축사에서 같은 문제를 짚었다. 송 의원은 “인공지능을 접목한 첨단 농기계가 지역에 잘 도입되면 좋겠지만, 너무 비싸다”며 “농협과 화성시,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저렴하게 농민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대동 HX1400 AI, 비전 카메라 더한 레벨4 무인 작업
이날 시연된 대동의 AI 자율주행 트랙터는 올해 4월 출시된 140마력급 ‘HX1400 AI’다. 이 트랙터의 비전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은 최근 농촌진흥청 신기술 농업기계로 지정됐다. 현장에서 만난 대동 AI기술개발팀 조진석 과장은 “기존 타사 제품이 실시간 이동 측위(RTK) 위성항법 정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했다면, 이 제품은 앞뒤·좌우에 카메라를 단 비전 시스템을 추가로 갖췄다”고 설명했다. 조 과장은 “카메라로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지 외곽을 추출해 경작지 안에 경로를 생성한다”며 “자율주행 중에는 장애물을 감지해 비상 정지까지 수행하는 레벨4 수준”이라고 밝혔다.
작업기 호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조 과장은 “모든 작업기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로터리나 쟁기 작업은 지금도 무인으로 가능하다”며 “무인 작업이 안 되는 일부 작업기도 유인 자율주행이나 A-B 직진 주행 기능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보급은 이제 걸음을 뗀 단계다. 조 과장은 올해 출시 이후 240대가량 생산됐고, 농가에 실제 보급된 물량은 10여 대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제어 단말기의 성능 업데이트나 문제 대응을 무선으로 처리하는 OTA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며 “플랫폼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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